하나만 이던 게 결국 여러 개가 됐다. 나는 부옇게 흐려지는 담배연기에 잡다한 생각을 내리 묻었다. 속이 시끄러웠고 입안이 텁텁했다. 하릴없이 쥐고 있던 담배를 겨우 비벼 껐다. 아침에 뿌린 향수와 섞인 담배냄새는 마른 풀잎 향 같았다. 제대하고 시작한 게 여직이었다. 처음 우연히 골라든 수입담배에선 사과향과 건포도 맛이 낫다. 그 덕에 흡연자치고 좋은 냄...
테이블 위는 이미 빈 술병이 가득했다. 나른하게 늘어져 쇼파와 러그 이곳저곳에 기대앉은 이들은 모두 태형의 친구들이었다. 얼굴만 아는 사이라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자 손을 흔들거나 이름을 부르며 반가운 척을 해온다. 나는 어색하게 웃다가 진우를 발견하고서야 표정을 풀었다. 제법 마셨는지 진우는 이미 조금 취한 듯 했다. "오- 우리 꽃미남. 갈수록 멋져지네....
* I.F의 동명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신라호텔 22층 스위트룸으로 와.」 익숙하지 않은 넥타이가 까끌했다. 손가락을 넣어 느슨하게 푸르려다 그냥 내렸다. 왁스로 넘긴 머리도 피트되는 정장도 모두 어색했지만 가장 불편한 건 따로 있었다. 무려 5년만이다. 그 세월의 간극이 너무도 까마득해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얼굴을 비춰본다...
정국과 시시덕거리는 중에 지은의 전화를 받았다. 이경이 너무 취해서 데려다 줘야 하는데 손이 모자르단다. 그 남친 아니, 후보 새끼는 어디 갔는데. 언제 봤다고 욕부터 나가자 지은의 목소리가 순간 엄격해졌다. 안 튀어와? 지민은 바로 깨갱 꼬리를 내렸다. 택시비가 남았던가. 전화를 끊고 주섬주섬 일어났다. 정국의 시선이 따라붙는다. "누군데요?" "혈연으로...
지은은 일곱 살 많은 지민의 친 누나였다. 어릴 때는 사이가 꽤 좋았다. 뭐에 쿵짝이 맞았는지 지은은 똘마니처럼 지민을 항상 데리고 다녔다. 대게는 제가 하지 못할 적당히 유치하고 나쁜 짓을 시켰고 가끔은 맛있는 걸 사줬다. 긴 머리가 전유물인냥 고수하는 또래와 달리 지은은 짧은 단발이었다. 옷도 내키는 대로 입었다. 어느날은 츄리닝 이었다가 또 어떤 날은...
좆됐다.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은 그거였다.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박지민 정말로 좆됐다. 낮선 천장의 무늬와 깨질듯 한 두통은 너무도 전형적이라 놀랍지도 않았다. 푹신한 이불속 제 몸이 속옷만 입고 있다 던가 목뒤가 말랑말랑 하면서도 딱딱한 것이 누군가의 팔베개를 하고 있다 라던가 땅 파고 들어가서 눕고 싶은 포인트가 너무 많아 오히려 담담할 지...
지민은 벌써 몇 번째 옷매무세를 가다듬고 있었다. 태형의 옷장을 반나절동안 뒤집어 찾아 낸 명품 브랜드의 구제 진은 예쁘긴 한데 어째 너무 헐벗은 감이 있다. 아주 무릎과 허벅지가 너덜너덜이라 상의는 일부러 얌전한 셔츠를 골라 입었다. 위 아래로 나풀거리긴 좀 그렇잖아. 태형에게 나 어떠냐고 열두 번 쯤 물어보다 고만 좀 하라며 엉덩이를 걷어차여 쫓겨났다....
“대박. 진짜 고백했다고?” “어. 지현이가 다이렉트로 봤대. 하루 종일 치대더니 미친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는 무슨. 맨날 똑같지. 미안 그러고 마는거.” 학교 앞 주점은 그 가격만큼이나 여러 가지가 저렴했는데 그 중 최악은 화장실이었다. 남녀공용에 변기도 하나뿐이고 공간도 협소했다. 여자애들 두어명이 들어가 화장을 고친다 수선을 떨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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